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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좀 알아줬으면! – 통계 품질 진단

벌써 두 번째 글입니다~ 요즘 3학년에서도 시험 기간, 수행평가 많이 겹쳐서 저희 언론부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지만 많은 글을 올리기는 쉽지 않네요ㅜㅜ.

원래는 제가 학술지를 올리려고 초반에는 계획을 했었는데, 좋은 것도 많지만 다른 잡생각들도 많이 들더구요. 그래서 계속 학술지를 올릴까 아니면 다른 잡다한 것도 좀 올려볼까 생각하다가, 오! 이런. 작년에 주제탐구 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오늘은 학술지 말고 다른 것도 좀 올려봤습니다.

작년에 확률과 통계를 공부하면서 주제 탐구 활동으로 “통계 품질 진단”이라는 주제를 잡았습니다. 사실 확률과 통계에서 세특에 좋은 주제탐구 활동이 마땅히 잘 찾아지는 것도 아니고 또 찾기도 어려운데, 이 주제를 보고 되게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들도 통계 많이 쓰시는데 이런 통계 품질에 대해서는 크게 잘 생각 안 해보셨잖아요? ‘진부하지도 않고, 또 통계 부분에 어울리면서 실생활과도 연관된 아주 좋은 주제’라고 저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

그러면 단순히 말해 통계가 얼마나 믿음직스러운가를 진단하는 일종의 건강검진같은 개념인 “통계 품질 진단”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통계 품질 진단이란?

현대사회에서는 정보의 집적물인 통계가 사회 현상을 탐구할 때 굉장히 중요시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도 사회문화 수행평가 등등 여러 과목에서 통계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최근에도 탐구활동 하면서 통계 항상 확인하거든요. 사실 문과들은 통계 빼면 시체잖아요.

통계 품질(Statistics Quality)은 정의적으로 말하자면, 만들어진 통계의 신뢰도와 정확도를 측정하고 만들어지기 이전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확인하는 것을 말합니다. 최근에는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신속하고 정확한 정도”를 넘어서 “이용하기 적합하게 작성되는 정도”에 대한 다차원적인 개념으로 확대되었다고 합니다.

통계 품질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이 SQ가 국가적 통계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국가 정보 관련 통계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 통계를 낼 때에도 사용되는데, 만약 질이 떨어진다면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도 우리나라의 통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게 되겠죠. 자연스럽게 무시당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한 빈곤한 독재 국가를 예로 들어봅시다. 이 국가에서 우수한 통계 품질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 멍청한 짓이라고 봐도 되겠죠. 이러한 나쁜 품질은 신뢰성없다는 인식을 주어서 만약 신뢰성 있는 자료를 우연히 생성했더라도, 묻히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국가 수출입에 대한 자료 부족으로 투자가 감소하거나 외교관계에서도 분명 불이익이 있을 겁니다. 신뢰성은 현대 국제 관계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능력 중 하나니까요.

통계 품질 진단의 길

통계품질을 분석하고 탐구하는 통계 품질 조사 (SQC)는 에드워드 데밍이 1944년에 발표한 통계에 영향 13가지를 제시하며 처음으로 유형화가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총오차조사”는 측정 오차, 과정 오차 등등의 모든 종류의 누적오차를 줄이는 것이 SQC의 목표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총오차조사”는 현대에 들어와서 한계를 맞이합니다. 현대에는 품질 관리 기준으로 “신뢰 가능성, 적합성, 추정치 품질, 자료 품질 등이 기준으로 제시지만, 총오차조사에서는 이 중 “추정치 품질”만을 제공했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문제점이 이어지다, TQM, EFQM과 같은 프레임워크의 출현으로 통계품질진단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됩니다.

통계 품질 관리의 국제적 흐름

이로써 SQC는 지금과 같은 현대적 기틀을 다지게 되었고, OECD 등 여러 국제기관에 수용되면서 많은 국가들이 이 SQC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OECD는 2001년부터 통계품질에 관심을 가지며 2003년 OCED Quality Framework를 만들고 2012년에는 “적합성”, “정확성”, “신뢰 가능성”, “해석 가능성” 등등의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EFQM(European Foundation for Quality Management) 프레임워크를 도입하여 성공적으로 효과를 거둔 사례로는 스웨덴 통계청이 있습니다. 스웨덴 통계청은 공공통계 작성이 탈중앙화되면서 통계 작성에 대한 경쟁이 일어났고 2010년에 소비자물가지수와 국민계정과 관련한 통계 오류가 발견되면서 이를 보완하는 EFQM를 사용한 강력한 통계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스템사업은 ISO 20252(국제 표준화 기구)의 450여가지의 요구 조건을 점차 달성해 나갔고 ASPIRE라는 통계품질관리 시스템을 제시하며 통계 품질관리에 지속적인 개선을 추구하는 등 선진적인 면모를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도 물론 동참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가 찾아오면서 정확하고 건전한 통계의 필요성을 인식한 통계청은 2006년부터 “정기통계품질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585종의 국가 SQC사업을 완수하였습니다. 통계법 제9조에 따라 정기 통계품질이 진행되고 있는데 연간 1, 2차 진단과 보완을 포함한 2차례의 결과 보고회를 포함해서 연말인 12월에 진단 결과를 보고를 합니다.

통계청의 정기통계품질
통계청의 정기통계품질진단 수행절차

정기 SQC 뿐만이 아니라 소관 통계에 관해 스스로 품질을 진단하는 ‘자체SQC’, 언론의 동향 및 주요 이슈와 관련한 통계에 대해서 모니터링하는 ‘수시SQC’등도 모두 통계법 제10, 11조, 시행령 제13, 14, 15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통계 진단의 문제점, “비용 효율성”

이러한 우리나라의 통계 절차에도 문제점이 제기가 되는데 그중 가장 독특한 단점은 “비용 효율성”입니다. 스웨덴과는 다르게 국가 통계청에서 운영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지원 예산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비용 효율성’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문제점은 2015년 통계청이 기존의 연구 용역 방식에서 위탁 사업으로 변화시키면서 부각되었는데,조사 예산이 적다보니 저가 예산으로 위탁업체를 입찰하게 되고, 민간 위탁 업체는 ‘위탁 경력’에만 가치를 두다 보니 실적확보를 한 이후에는 참여를 포기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불성실한 태도는 품질을 악화시킬 우려가 큽니다.

이러한 단점을 타개할 방법은 없을까요? 쉽게 생각하면 연구 지원 예산을 늘려서 이러한 폐해를 막을 수 있겠지만, 현실적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다른 해결책을 찾아봐야 합니다. 그래서 제시한 방법이 ‘비용 효율성’에 대한 기준을 명시하면서 위탁사업에 대한 기준단가를 정해 위탁 업체의 횡포를 막아 ‘비용 효율성’을 고려해야합니다.

SQC로 주제 선정? 무쁘지 않다.

이처럼 우리가 국가 통계 품질에 관심을 기울이고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 통계 품질를 챙긴다면, 국내에서의 사용은 물론, 해외에서의 국가 위신도 높아지지 않을까요?

제가 쓴 글은 통계품질진단의 새 발의 피밖에 되지 않습니다. 만약에 이 주제가 마음에 드셨다면 꼭 통계청 홈페이지 정기통계품질진단이나 브런치, KCI 학술지에 관련 정보 키워드 검색하셔서 더 풍부한 정보 얻으시길 바랍니다.

“남의 책을 많이 읽어라. 남이 고생한 것을 가지고 쉽게 자기 발전을 이룰 수 있다.”

– 소크라테스

이상으로 글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학년도 코딩 관련 학년 활동 정리

들어가는 말

오늘은 작년도에 진행한 코딩 관련 활동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사실 제 전공은 영어교육입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코딩일까요?

학년부를 맡은 이후, 학생부 종합전형을 위한 학년 프로그램을 구상해야 했습니다. 때마침 코로나-19 이후 원격 수업과 원격 업무 시장이 급성장하였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ChatGPT와 같 LLM을 특징으로 하는 인공지능 분야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뉴스에서도 인공지능과 코딩, 컴퓨터 공학 소식이 자주 다루어지는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에, 학년부 활동에 통해 학생들이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피지컬 코딩을 접목시키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2021년 12월에는 꽤 큰 예산을 들여 스마트홈 키트 제작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이는 제가 직접 진행한 것이 아니라 외부 교육 업체를 섭외하여 진행한 것입니다. 수백 만 원이 들어간 특강이었는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모습을 보며 이 분야에 대한 흥미가 더욱 커졌습니다. 그러나 주말 하루 8시간 짜리 특강으로 그 큰 돈을 모두 쓴단 것은 아쉬웠습니다.

아두이노를 활용하여 학생들이 스마트홈을 제작하는 모습을 보고, 제가 직접 배워서 진행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재료비만 필요하고 별도의 강사비는 아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제 전공은 영어교육이고, 코딩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습니다.

두 달 정도의 시간을 들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함께 고민하며 진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배웠습니다. 아두이노는 기본적으로 C언어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들 주제가 결정되면, 어떻게든 찾아가며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배운 뒤, 방과 후 특기적성 프로그램으로 직접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아두이노를 완벽하게 다룰 수 있는지 묻는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나 학생들과 함께 특강을 진행하며, 학교에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두이노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 뿐만 아니라 저 또한 많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삼성 주니어 SW 아카데미(삼성 주소아)

samsung jr. sw academy program

삼성 주니어 SW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현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피지컬 코딩 교육을 제공하여 학교에서 해당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2022년 1월 말, 삼성SDS에서 2박 3일 동안 진행된 교육에 참여했습니다. Samsung Brightics Studio라는 프로그램을 배웠는데, 이는 빅데이터 분석 도구로서 다양한 함수를 미리 설정해 놓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제대로 활용하려면 상당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함수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이해하기 위해 ChatGPT를 활용할 수 있으며, 빅데이터 분석이 어떤 순서로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교육 후, 1학기 동안 약 2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은 자율주제탐구 및 융합주제탐구 활동에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연말 보고서 제출 시 객관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두이노 피지컬 코딩 활동

2021년 연말에 아두이노를 처음 접하고, 이를 학생 대상으로 메이커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아두이노에 활용되는 C언어는 어려웠지만, 적어도 이를 사용하여 교내에서 경험한 다양한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젝트는 아마도 학생 건강 증진을 위한 ‘자동 칫솔 자외선 살균기’ 였습니다. 간단한 디스플레이와 조도 센서를 활용하여 칫솔을 넣고 뚜껑을 닫으면 작동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실제 아두이노 활용 기기들을 구상하고 만들었습니다.

라즈베리파이 활용 교육 준비

raspberry pi kit box

라즈베리파이는 작은 싱글보드 컴퓨터입니다. 유튜브에서 라즈베리파이로 잠수함을 만들어 작동하는 영상을 보고 시작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장착된 것은 아니지만, 아두이노보다는 훨씬 지속적인 동작 제어와 영상 촬영, 송수신이 가능하다는 점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잠수함을 만들기보다는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기기에 익숙해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바로 CCTV웹서버였습니다.

목적은 자습실 관리를 위한 CCTV와 학년 활동 홍보를 위한 웹페이지를 운영하는 웹서버였습니다. 인터넷에는 다양한 제작 방법이 나와 있지만, 계속해서 발전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오류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이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ChatGPT나 Reddit을 활용하여 해결 방법을 찾고 시도해봤고, 결국 웹서버와 CCTV를 모두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storystore.store 웹사이트 운영

이 부분은 이제 닫힌 도메인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보여드릴 것이 많지 않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도메인을 구입한 후, 라즈베리파이로 구축한 웹서버와 연동하여 설정해두었습니다. 이후 학생들에게 웹페이지 제작의 기본을 교육하고, 직접 HTML, CSS, JS로 웹페이지를 제작하여 과제로 제출하도록 요청했습니다. 학생들 사이의 편차는 컸지만, 몇몇 학생은 우수한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우수한 결과물은 다른 학생들에게 큰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웹페이지를 인터넷에 올리고 검토하는 과정은 매우 의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단순히 사용해왔던 학생들이, 웹페이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직접 경험하면서 실생활의 다양한 불편함을 발견하고, 이를 코딩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연말에 있었던 동아리 발표회에서는 팀을 구성하여 학교 전체 동아리 홍보 사이트를 제작했으며, 특히 어려운 룰렛 경품 페이지도 성공적으로 구현했습니다.

올해는 이 워드프레스 홈페이지(ndjhs.info)를 기반으로 학생 개별 페이지 링크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마치는 말

이렇게 2023년의 코딩 관련 학년 활동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비전공자로서 학생들과 함께 활동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했습니다. 올해는 코딩을 통해 현실 세계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더 심화된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하여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2024.04.27.독서활동에 대한 짧은 생각

들어가는 말

성공적인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많은 요소가 필요합니다. 우선 좋은 성적이 필요하며, 다양한 활동이 기록된 생활기록부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두 가지 요소로 설명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좋은 성적을 얻으려면 오랜 기간 동안의 학습 경험이 축적되어야 합니다. 또한 다양한 활동이 기록된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려면 실제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좋은 결과물을 담임 선생님께 제출해야 합니다. 여기에 활동을 잘 기록할 수 있는 선생님도 필요합니다.

과거의 생활기록부 활동 기록

한때 대부분의 교내외 활동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제약이 없었기 때문에 학교와 대학에서 다양한 활동을 자유롭게 만들고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기에는 다양한 활동이 발전할 수 있었고, 학생들의 역량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정책에는 반대급부가 존재합니다. 좋은 활동이 많아진 만큼, 단순히 생활기록부를 작성하기 위한 허울 뿐인 활동도 많이 생겼습니다. 학교에서도 실제로 진행할 수 없는 활동을 만들어 학생이 참여한 것처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현재의 생기부 정책 변화

현재는 학교 교육 계획에 의해 진행된 활동만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년중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너무 다양하고 무리한 활동은 대학에서 알아서 반영 여부를 판단합니다. 예전처럼 많은 스펙으로 생활기록부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는 질이 중요해졌습니다.

대입과 성장에 있어서 독서의 중요성

독서는 과거나 현재나 항상 중요한 부분입니다. 특히 독서가 대입에 직접 반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교과 세특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각 특기사항에 기록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중요도가 높아졌습니다.

모든 학습의 기본은 독서입니다. 교과서이든 인문 도서이든 과학 도서이든 간에, 교과서는 다양한 지식을 압축하여 정리한 것에 불과합니다.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면 별도의 교과서 없이 스스로 역량을 향상 시켜야 합니다. 기본적인 독서 습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고등학교까지 성적이 좋았더라도 결국 도태됩니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독서 현황을 보면 참담한 심정이 듭니다. 해야 할 일이 많아져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즉각적인 결과를 받기 어려운 독서는 종종 도외시됩니다. 문제는 독서 특기사항의 부재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문해력 저하입니다. 문해력 저하는 수능시험 국어 영역, 그리고 탐구 영역과 영어 교과의 등급 하락으로 나타납니다.

독서는 각 학생의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모든 학생은 각자의 개성이 있기 때문에 필요한 내용과 글이 다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읽기 좋아하고 읽기 편한 것만 읽어서는 성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독립서점

고등학교 영어 원서 읽기 활동

영어 교과를 담당하면서 학년 활동을 진행해야 하는 학년부장으로서, 원서 읽기가 좋은 선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년 동안 영어 원서를 다양하게 구매하여 학생들이 원서 읽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영어 원서의 어려움 때문에 학생들은 참고하기 위해 우리말 번역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때, 원서의 일부만 읽고 우리말 번역본을 기반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학생은 번역본과 원서를 번갈아가며 읽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생활기록부 작성에도 도움이 되었으며, 학생들의 영어 능력 향상 및 독서 습관 형성에도 기여했습니다.

영어원서읽기 활동용 원서 중 하나

고려할 사항

원서 읽기 활동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학생의 독서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서 선정입니다. 한글로 된 책을 선택하는 것도 어려운 작업이지만, 영어 원서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각 영어 원서의 난이도와 학생의 흥미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난이도가 쉬운 책은 내용의 흥미가 떨어질 수 있고, 내용이 흥미로운 책은 영어 난이도가 높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간 지점을 잘 찾는 것이 좋은 책 선정의 기본입니다.

위 책들을 구입하고 일종의 영어 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목록화 하여 학생들이 미리 도서를 신청하고 대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일주일 동안 한 페이지를 읽고 이에 대해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은 개인의 차이는 있지만, 제대로 된 결과물을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총 4회에 걸쳐 독서 리포트를 작성하고 제출하여 생활기록부 작성에 참고했습니다.

구체적인 생활기록부 내용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영어 독서 활동을 통해 나름 내실 있는 기록을 남길 수 있었고, 학생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2년 동안 체계화 된 활동을 올해도 계속 운영할 계획입니다. 올해는 예산으로 추가 도서를 구입하여 총 250권 내외의 도서를 보유할 예정입니다.

마치는 말

영어 원서로 독서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모든 학생에게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선택한 책을 절반까지 읽은 학생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독서 활동을 촉진하는 임무와 영어 역량을 향상 시켜야 하는 또 다른 임무를 모두 일정 수준에서 독려할 수 있는 활동으로서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합니다. 과거에는 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수업 시간 중에 책을 읽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학생을 본 지 오래되었습니다. 독서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말로 된 책을 스스로 잘 읽지 않는다면, 영어로 책을 읽는 활동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영어로 책을 읽다 보면 적어도 우리말로 책을 읽으려는 의욕을 더 가질 수 있습니다.

조금은 활동의 부작용에 기대는 면이 있지만, 이 활동을 통해 영어 역량을 향상 시키고, 가능하면 우리말 책도 조금 더 읽도록 하는 것을 많은 학교에서 한 번 도입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2024.04.25.올해의 계획과 3월 정리

고3의 시작과 정신없는 나날들

고등학교 3학년의 1년도 이제 한 달이 조금 넘게 지났습니다. 매 학년 느끼는 것이지만, 이 시기는 정말 정신없이 지나갑니다. 아무리 준비를 하고 시작하더라도, 학년 초는 이런저런 계획을 구상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기존에 하던 일을 수정하고, 새로운 일을 기획하는 데에 바쁩니다. 그래도 큰 사고 없이 3월 한 달이 지났다는 점에서 만족합니다.

오늘은 이 사이트의 첫 글을 쓰는 날입니다. 동시에 사이트의 기본 방향도 잡는 날이고요. 주말 아침부터 잘 하지도 못하는 라즈베리파이 웹서버를 뜯고 수정하고 고치고, 바쁘게 보냈습니다.

첫 글인 만큼,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2년 동안 학년부를 운영하며 든 생각들, 그리고 2년 동안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틀을 잡은 탐구활동들. 수능, 사교육까지도 살짝 언급해보려 합니다. 짧지 않은 글이지만, 편안하게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탐구 프로젝트 활동 진행

올해는 마지막 해인 만큼, 그간 해온 활동을 종합하는 활동을 진행 중입니다. 작년에 그럭저럭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융합주제탐구 활동을 떠올리며, 자연계열 학생을 대상으로 한 ‘Science with Tech’와 인문사회계열 학생을 대상으로 한 ‘SDGs in School’을 기획했습니다.

우선적으로 학생들에게 탐구활동 재료비 신청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3학년이라 시간이 없는 것인지, 아주 소수의 학생만 재료비를 신청했습니다. 덕분에 작년에 한 달 남짓 걸렸던 물품 구매도 거의 일주일 만에 내부 결재 후 구입 및 배송까지 마무리되었습니다.

빨리 끝났다고 해도 일이 다 끝난 것은 아닙니다. 3학년은 다른 학년과 달리 1학기 동안 생활기록부에 들어갈 수 있는 활동을 전부 마무리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탐구활동이 시작되는 것만 확인하고 다른 활동을 진행해야 합니다. 다른 학년과는 다르죠. 올해는 학생 주도 프로젝트 봉사활동을 조금 더 내실 있게 운영할 생각인데,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서를 잘 작성해 올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 일도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영어 원서 읽기와 융합주제탐구 등 다른 것도 해야 합니다.

아, 모든 활동 안내 및 보고서 수합은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이뤄집니다. 감사하게도, 구글 워크스페이스 계정이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학생 계정을 만들고 클래스룸 가입까지 원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google classroom image made by ChatGPT
google classroom image made by ChatGPT

활동, 수능과 학업

활동도 중요하지만, 몇 년간 대입을 봐 온 결과, 성공적인 대입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는 결국 수능시험입니다. 학교 내에서 경쟁하는 내신 성적과는 달리, 우리 아이들이 다른 학교, 다른 지역과 경쟁해야 하는 이 시험에서는 항상 결과가 아쉬웠습니다. 지역적 특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학생이 이 시험에서 높은 등급을 받지 못하는 것은 수업의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일단 학습량을 늘려야 하니, 방과후학교와 야간 자율학습, 그리고 주말 자율학습을 실시 중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점

코로나-19 이후로 우리 학교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예전보다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말을 잘 듣고 학교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온 우리 학년도 작년 1년 간 상당히 심한 내홍을 겪었고, 이제 조금 분위기가 잡히는 듯합니다.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성적을 올리려면 결국 혼자서 교과서와 참고서를 읽고, 문제를 풀고, 고민하고, 오답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 시점에 학원을 찾는 것은 쉬운 길을 찾으려는 모습입니다.

물론, 사교육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추가적인 수업이 필요한 학생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 상태로, 공부를 해본 적도 없는 상태에서 막연한 불안감에 사교육을 받는 것은 분명한 시간 낭비이며, 비효율적인 행동입니다. 누군가 는 공교육의 질이 떨어져 사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수준 별 맞춤형 수업이 가능한 점 외에는 사교육이 지방에서 공교육에 비하여 우위에 있는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특히, 학교 활동이 중요해진 요즘 대입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승부는 학교 안에서 봐야 합니다.

마무리와 기대

각설하고, 올 한 해가 지나면 이제 학년을 담당하는 일도 끝입니다. 앞으로 20년 정도 더 학교에 있겠지만, 이렇게 3년 동안 같은 나이의 학생들을 이끌어 올라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 만큼, 어차피 한 번은 해야 할 일이었으니, 함께 3년을 보낸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한 선택지가 조금이라도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내가 그래왔던 것처럼, 다른 어른들이 했던 것처럼, 이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고등학교 3학년으로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기를 기대합니다.

Sunrise pic. at Sok-cho
Sunr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