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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올해의 계획과 3월 정리

고3의 시작과 정신없는 나날들

고등학교 3학년의 1년도 이제 한 달이 조금 넘게 지났습니다. 매 학년 느끼는 것이지만, 이 시기는 정말 정신없이 지나갑니다. 아무리 준비를 하고 시작하더라도, 학년 초는 이런저런 계획을 구상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기존에 하던 일을 수정하고, 새로운 일을 기획하는 데에 바쁩니다. 그래도 큰 사고 없이 3월 한 달이 지났다는 점에서 만족합니다.

오늘은 이 사이트의 첫 글을 쓰는 날입니다. 동시에 사이트의 기본 방향도 잡는 날이고요. 주말 아침부터 잘 하지도 못하는 라즈베리파이 웹서버를 뜯고 수정하고 고치고, 바쁘게 보냈습니다.

첫 글인 만큼,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2년 동안 학년부를 운영하며 든 생각들, 그리고 2년 동안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틀을 잡은 탐구활동들. 수능, 사교육까지도 살짝 언급해보려 합니다. 짧지 않은 글이지만, 편안하게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탐구 프로젝트 활동 진행

올해는 마지막 해인 만큼, 그간 해온 활동을 종합하는 활동을 진행 중입니다. 작년에 그럭저럭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융합주제탐구 활동을 떠올리며, 자연계열 학생을 대상으로 한 ‘Science with Tech’와 인문사회계열 학생을 대상으로 한 ‘SDGs in School’을 기획했습니다.

우선적으로 학생들에게 탐구활동 재료비 신청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3학년이라 시간이 없는 것인지, 아주 소수의 학생만 재료비를 신청했습니다. 덕분에 작년에 한 달 남짓 걸렸던 물품 구매도 거의 일주일 만에 내부 결재 후 구입 및 배송까지 마무리되었습니다.

빨리 끝났다고 해도 일이 다 끝난 것은 아닙니다. 3학년은 다른 학년과 달리 1학기 동안 생활기록부에 들어갈 수 있는 활동을 전부 마무리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탐구활동이 시작되는 것만 확인하고 다른 활동을 진행해야 합니다. 다른 학년과는 다르죠. 올해는 학생 주도 프로젝트 봉사활동을 조금 더 내실 있게 운영할 생각인데,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서를 잘 작성해 올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 일도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영어 원서 읽기와 융합주제탐구 등 다른 것도 해야 합니다.

아, 모든 활동 안내 및 보고서 수합은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이뤄집니다. 감사하게도, 구글 워크스페이스 계정이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학생 계정을 만들고 클래스룸 가입까지 원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google classroom image made by ChatGPT
google classroom image made by ChatGPT

활동, 수능과 학업

활동도 중요하지만, 몇 년간 대입을 봐 온 결과, 성공적인 대입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는 결국 수능시험입니다. 학교 내에서 경쟁하는 내신 성적과는 달리, 우리 아이들이 다른 학교, 다른 지역과 경쟁해야 하는 이 시험에서는 항상 결과가 아쉬웠습니다. 지역적 특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학생이 이 시험에서 높은 등급을 받지 못하는 것은 수업의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일단 학습량을 늘려야 하니, 방과후학교와 야간 자율학습, 그리고 주말 자율학습을 실시 중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점

코로나-19 이후로 우리 학교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예전보다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말을 잘 듣고 학교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온 우리 학년도 작년 1년 간 상당히 심한 내홍을 겪었고, 이제 조금 분위기가 잡히는 듯합니다.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성적을 올리려면 결국 혼자서 교과서와 참고서를 읽고, 문제를 풀고, 고민하고, 오답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이 시점에 학원을 찾는 것은 쉬운 길을 찾으려는 모습입니다.

물론, 사교육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추가적인 수업이 필요한 학생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 상태로, 공부를 해본 적도 없는 상태에서 막연한 불안감에 사교육을 받는 것은 분명한 시간 낭비이며, 비효율적인 행동입니다. 누군가 는 공교육의 질이 떨어져 사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수준 별 맞춤형 수업이 가능한 점 외에는 사교육이 지방에서 공교육에 비하여 우위에 있는 요소는 거의 없습니다. 특히, 학교 활동이 중요해진 요즘 대입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승부는 학교 안에서 봐야 합니다.

마무리와 기대

각설하고, 올 한 해가 지나면 이제 학년을 담당하는 일도 끝입니다. 앞으로 20년 정도 더 학교에 있겠지만, 이렇게 3년 동안 같은 나이의 학생들을 이끌어 올라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 만큼, 어차피 한 번은 해야 할 일이었으니, 함께 3년을 보낸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한 선택지가 조금이라도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내가 그래왔던 것처럼, 다른 어른들이 했던 것처럼, 이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고등학교 3학년으로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기를 기대합니다.

Sunrise pic. at Sok-cho
Sunri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