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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한국 최초의 하렘 소설, ‘구운몽’ Written by Gu

소설 장르에서 하렘물이란, 한 명의 남주인공을 놓고 3인 이상의 히로인이 로맨스를 위해 경쟁, 공존하는 연애물 장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소설에는 이러한 요소를 자주 채택하고 있는데, ‘구운몽’은 우리나라 하렘물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이다.

오늘은 대부분의 매체에서 고등학생 필독도서로 선정되고, 교과서와 모의고사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조선의 하렘 소설,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에 대해서 알아본다.

‘일장춘몽’, 한 바탕의 봄의 꿈처럼 모든 부귀영화가 덧없다는 말이다. 이 말은 소설 ‘구운몽’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성어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련이 있을까?

‘구운몽’의 주인공 성진육관대사라는 대 스님 밑에서 불도를 수행하는 제자이다. 성진은 육관대사의 명으로 동정호의 용왕에게 심부름을 갔다가, 팔선녀를 만나 노닥거리고 만다. 성진은 너무 재밌게 유흥을 즐겼던 나머지, 승려의 몸으로 꾸어서는 안 되는 속세의 꿈을 꾸게 된다.

하지만 성진은 그것을 육관대사에게 들키게 되고, 벌을 받아 속세의 ‘양소유’로 환생하게 된다. 양소유는 어렸을 때부터 무예, 글, 외모 등 모든 부분에서 빼어났고, 과거에 합격해 관직에 오른다. 이후 양소유는 공을 세워 점점 승진을 거듭했고, 최고 관직인 ‘승상’까지 오르게 된다.

게다가 양소유가 승상까지 오르는 동안 다양한 일들을 겪으면서 부인 여덟 명을 얻었고, 이들은 모두 출중한 미모와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양소유는 속세에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루게 된 것이다.

양소유와 여덟 부인

양소유가 승상에 오른 후, 어느 날 여덟 부인들과 정자에서 풍류를 즐기던 중 한 승려가 나타나 소유에게 말을 건다. “아직 춘몽에서 깨지 않았구나”. 갑자기 양소유의 눈앞이 깜깜해지더니, 성진이 꿈에서 깨어난다.

모든 것은 성진의 꿈이었다. 성진은 꿈에서 깬 뒤 속세에서의 부귀영화, 남녀간의 욕정이 모두 허사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또 꿈에서 얻었던 여덟 부인은 사실 팔선녀였다! 자신을 희롱한 죄로 함께 꿈을 꾼 것이다. 팔선녀 역시도 하룻밤 꿈에 깨달음을 얻고 비구니가 되어 도를 닦기로 결심한다.

성진과 여덟 비구니가 동시에 깨달아 불생 불멸할 도를 얻고 성진은 대사에게 받은 가르침과 물들로 대중에 교화를 베풀어 존경을 얻는다. 여덟 비구니는 성진을 스승으로 섬겨 보살의 도를 얻어 결국 아홉 사람 모두가 극락세계에 간다.

‘구운몽’은 한자로 九雲夢. 아홉 구, 구름 운, 꿈 몽, 아홉 구름의 꿈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아홉 구름은 성진과 팔선녀를 나타낸다. 사실 제목이 스포였던 것이다. 구운몽은 조선 중기에 집필된 대표적 양반 소설이다. 전기적, 불교적인 성격으로 서술되어 있으며, 인생무상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구운몽’을 통해 우리는 조선 중기의 양반 사회에 퍼진 불교적 분위기와 전기적 소설이 유행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김만중이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크게 두가지 설이 있다. 불교의 ‘공(空)’ 사상을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라는 설과 ‘꿈 속에서는 양소유가 되어 유교 이상의 정점에 오르고 현실에서는 불교 이상의 정점에 오른다’는 내용을 통해 어느 세계관에서든 정점에 오르고 싶어하는 양반들의 이상을 반영한 작품이라는 설이다.

어느 쪽이든, 당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 주고, 책 한 권으로 당시의 생활상을 추측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등학생 필독도서로 선정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남자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하렘물이다. 필자 역시도 이 책을 읽을 때 매우 집중해서, 흥미롭게 읽었다. 고전 소설이기 때문에 어투와 문체가 현재와 달라 약간 불편함을 느꼈다. 이 점을 감안해도 충분히 읽을 만하다고 느껴졌고, 읽으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룻밤 꿈을 통해 속세의 이상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일장춘몽’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